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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이야기들/인물과 사건

고려의 서희 장군이 제갈공명보다 뛰어난 이유 4가지

왕건이 후고구려와 후백제를 차례로 정리한 후 결국 신라왕의 항복을 받아 세운 고려라는 국가는 초기에 태평성대를 이룹니다.


이는 당시 이웃 국가들이 특별하게 강성한 나라가 없었던 외부적인 요인도 있어, 왕건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외세의 힘이 부재했기에 우리 역사상 확고한 자주적 통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지금도 고려 창건 스토리를 마음속에 품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란족의 요나라가 점점 강성하더니 결국 송나라를 넘볼 정도로 커지게 되는 당시 상황에서 고려는 거란족의 1차 침입을 맞게 되는데, 거기서 고려에서 서희의 활약이 있게 됩니다.




▲ 서희 (942-998)


엄밀히 말하자면 서희는 18세에 과거에 급제하여 줄곧 문신으로 지냈기 때문에, 장군이라고 부르기에 맞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만, 고려에 무신정변이 일어나기 전인 고려 초기에는 전쟁시에 문관이 전쟁의 진두지휘 사령관을 맡는 경우가 꽤 있었으므로 (귀주대첩으로 유명한 강감찬 장군도 문신) 서희에게 장군 명칭 사용하는 것에 딱히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 동경 유수 소손녕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의 동경 유수 소손녕 장군을, 요나라 왕인 성종이 고려에 출정시킵니다. 지금 북한의 청천강 이북땅인 당시 봉산군을 점령한 소손녕은 기세등등하게 고려에 무조건 항복을 명합니다. 이때 고려의 신하들은 고려의 땅을 떼어주고 강화를 맺자는 '할지론'과 소손녕의 요구에 응하자는 '항복 투항론'의 양축으로 맞서다가 '할지론'으로 기우는 상황에서 서희는 둘 다 거부하고 소손녕과 담판을 지어 승부를 보겠다고 하여 소손녕의 진영으로 가게 되죠.




▲ 거란 1차 침입당시 고려 이웃국가 정세 지도


거란족의 야율야보기가 창업한 요나는 당시 무서운 기세로 세를 확장하여 송나라와 대치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상태였습니다. 위 지도가 그 세력을 보여주는데, 고려의 북동쪽에는 작게 여진족이 근근히 살고있었고 서북쪽은 거란의 요나라가 크게 성장하고 있었으며 당시 최고 문명국인 송나라와 고려는 조공책봉관계에 있었던 상황입니다. 거란족은 몽골계통이고 여진족은 만주계통으로서 파악하면 훨씬 빨리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거란족 관련 벽화


거란족은 '곤발'이라는 헤어스타일을 했었는데, 윗머리는 다 깎아 날려버리고 눈썹 윗부분 앞머리랑 옆머리만 남기는 형태로 머리카락을 잘랐는데, 송나라 한족의 문화를 정통으로 여기던 고려 입장에서는 거란족의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이라던가 딱히 정감가는 타입은 아니었겠네요. 실제로 중국의 세계관을 받아들여 고려에서는 거란족과 여진족을 오랑캐라고 여기기도 했습니다.




▲ 몽골계족의 특이한 헤어스타일 '곤발'


소손녕은 자신을 찾아온 서희에게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라 하지만, 서희는 각자의 왕을 모시는 같은 신하된 입장끼리는 그럴 수 없다며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버리고 버팁니다. 소손녕은 결국 다시 서희를 불러 동등한 예를 서로에게 갖춘 후 그 유명한 서희의 담판이 시작되는 것이죠. 서희는 고려가 고구려를 정통으로 잇는 국가라는 점과 거란족과의 통상을 못했던 이유로, 껄끄러웠던 제 3의 세력인 여진족이 막고있다는 명분을 끌어내어 강동 6주를 얻어냅니다.



▲ 서희가 소손녕에게 얻어낸 강동 6주 (빨간 동그라미)


당시 고려의 대신들은 자신의 안위를 고려의 안위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면이 있다고 평가될 정도로 뛰어나지 못한 '할지론'과 '투항론'을 주장한 것에 반해 서희는 정확히 거란족의 요나라가 무엇을 바라는지 파악을 하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고려는 거란족과의 첫 전투에서는 패해 봉산군을 빼았겼지만 다음에 벌어지는 안융진 전투에서 고려군이 거란족에게 승리하는 상황을 만들어 냈고 그 안융진 전투의 승리를 발판삼아 서희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적진에서 단호한 모습을 보이며 대등하게 소손녕과 담판을 지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 제갈량 (공명)


동북아시아인들에게 지성 그리고 담대함, 용기와 통찰, 용인술과 충성심 등 모든 좋은 수식어를 떠올리게하는 제갈량은 중국 고대 삼국시대의 인물로서 행정가이자 정치가이며 군대를 통솔한 장군이기도 합니다. 제갈량의 신비한 업적을 지금 바로 생각나는대로 떠올려보면, 적벽대전에 10만개의 화살을 얻는 지략과 병사가 없는 빈 성에 적이 쳐들어왔을 때, 오히려 유유자적하게 성위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적들에게 매복의 의심을 일으켜 회군 시키는 전술, 오나라와의 동맹을 위해 홀로 조조에게 항복하려는 안이 대세였던 오나라의 대신들과의 설전으로 개개인들을 모두 논파해버리는 논리력 등등 삼국지 연의에서는 제갈량이 거의 신(god)급으로 나옵니다.



▲ 공명 제갈량 (좌) vs 서희 (우)


하지만 제갈량의 신기에 가까운 능력은 나관중이 지은 소설인 연의 삼국지에서 나오는 능력이고 실제 정통으로 보는 역사 삼국지에서 나오는 제갈량은 주로 유능한 행정가이자 정치가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당시 중국인들은 뛰어난 외교능력과 담배한 배포, 천하삼분지계라는 계책으로 나타는 정확히 국제정세를 파악하는 능력, 올곧은 태도와 가치관 등이 나타나는 이상향을 제갈량이라는 인물에 투영하여 대리만족하고 싶어했던 겁니다.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인물이 보이는 행동을 가상인물이 아닌 고려시대 실존인물 서희가 보여줍니다.




▲ 서희 석상


서희가 제갈량 (제갈공명) 보다 뛰어난 이유를 알아보죠.


1. 고려의 신하들 대부분이 소손녕의 80만 대군에 겁먹고 국가의 근간이라 하는 영토를 내어 준다고 했을 때, 서희는 홀로 적진으로 들어가 담판을 짓겠다는 대범함을 보입니다. 거기에는 80만이 이라는 규모의 군대가 허구라는 것을 각종 정황과 세밀한 계산으로 서희는 알고 있었습니다. 소설 삼국지 연의에서 100만대군의 조조군의 허구성을 오나라 손권과 오나라 대신들에게 설명하는 제갈량의 모습이 있습니다.


2. 그리고 서희는 당시 거란족의 요나라, 송나라, 여진족과 고려의 복잡한 국제정세를 정확히 파악하여, 소손녕이 고려를 침범한 진짜 이유와 요나라 왕인 성종이 진실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캐치하는 통찰력을 지니고 소손녕을 무리한 주장을 논파하여 고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외교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3. 무엇보다 고려는 서희 덕분에 강동 6주 지방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얻게 되는데, 러시아가 혹한의 넓은 시베리아를 거져 먹거나 미국이 알레스카와 루이지애나의 땅을 돈 주고 구입하여 땅을 확장하는 개념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국경선에서 살고있는 고려 백성들을 여진족의 수탈로부터 해방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강동 6주는 후에 몽골의 침입 등 북방 유목민족의 칩임을 막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되는 지역입니다.


4. 서희는 소손녕과 담판에서 고려는 고구려를 정통으로 계승한 국가라는 주장을 하는데 이는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에게까지 영향을 줍니다. 국민들은 대부분 느끼지 못하지만 아직도 영토확장전쟁이 진행 중입니다.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일본은 독도 등을 자국의 영토라 주장하는 것은, 국가가 가장 추구해야될 일 중 하나가 바로 영토 확장이기 때문에 그토록 욕심을 부리는 것입니다. 소손녕의 고구려 계승 발언은 역사적 증거로 기록되어 중국의 동북공정 주장의 허구를 말해줄 중요한 근거가 되는데, 결국 900년대에 살아간 서희는 21세기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까지 현실적으로 도움을 주고있습니다.



서희는 소설속의 제갈량이 현실로 이루어진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천재박명이라고 젊은 나이에 죽게되어 장기적으로 고려의 고통이 시작되는 상황에 서희가 없었다는 점이 아쉬울 뿐입니다. 소설 삼국지 연의를 쓴 나관중은 실제의 역사에서 재미와 허구적인 내용을 섞어 후대에 길이 전해지는 영웅담을 만들어 내어 중국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서희같은 영웅을 소재로한 걸작 역사소설이나 세계를 감동시키는 문화 소재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이돌 가수와 같은 한류 흐름을 계속해서 세계에 전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세계의 각국인들이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갖게하고 한국을 바라보게 하려면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잣대가 되는 한국역사 인물과 사건의 문화콘텐츠가 생산되어 세계로 퍼져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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