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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소재로 한 소설, 드라마, 영화, 게임의 최고 원탑을 알아보자.

나는 삼국지를 늦게 접한 편이다. 남들은 초등학생 시절 삼국지 소설을 몇 번 돌려보고 대사까지 외울 정도로 마스터 한다고 하는데,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그런 친구들을 주위에서 많이 봤을 것이다. 나도 어렸을 적, 지금은 초등학교지만 당시 국민학교 시절 때, 토요일에 학교 수업이 끝나면 (그때는 주 6일 수업) 친하게 지내던 친구 한 녀석이랑 집으로 달려가 라면을 2개 끓여먹던 추억이 있는데, 당시에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라면이라 생각했었고, 미슐랭 5스타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음식보다 더 좋아했을 거 같은 라면을 친한 친구와 함께 수업이 끝나고 주말이 있는 꿀맛 같은 토요일 오후에 함께 놀면서 먹는 그 시간이 최고였었다.


그 친구가 특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당시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삼국지를 10번 정도 정독해서 돌려봤다는 자랑을 많이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친구가 상당히 생각이 깊었고 조숙했었다. 또 다른 친구는 삼국지도 많이 봤었고 컴퓨터 게임으로도 조조전이나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에 푹 빠진 녀석이 있었는데, 그 친구도 어린나이에 비해 좀 앞서가는 말을 자주 하던 친구였다. 아마 삼국지를 접하는 나이가 어리면 어릴 수록 세상을 보는 시각이 빨리 열리게 되는데, 삼국지로 인해 그리 되는 것이 맞는 듯하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후에 삼국지를 처음 접하여 읽으면 삼국지 연의 속의 남을 속이는 각종 계략과 속임수에 심취한다고 하던데, 사실 삼국지 연의는 소설일 뿐이고 현실과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회사 내에서 일어나는 사내정치 스킬로 상대를 제거하는 휘황찬란한 스킬을 보는 것을 감안해보면 삼국지보다 더 다이나믹할 때가 있으니 딱히 삼국지가 중상모략의 교본이라고 여기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본다. 삼국지를 늦게 접한 만큼 정말 푹빠져서 소설은 번역가를 바꿔가며 여러번 읽었었고, 드라마와 삼국지 관련영화는 안 본 것이 없을 정도다. 게임도 유명한 코에이 삼국지와 액션게임, 그리고 모바일 게임등을 플레이 해봤던 경험으로 여러분에게 각 분야에서 원탑을 찍는 최고 콘텐츠를 추천해주려 한다.



1. 드라마 


▲사진은 구 삼국지 도원결의 장면


삼국지 드라마는 95부작으로 기억하는 신 삼국지가 최고다. (드라마를 본 지 오래되서 95부작이 맞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꽤 오래 전에 방영됐던 85부작 원작 삼국지가 있는데, 삼국지 드라마 팬들한테는 구 삼국지와 신 삼국지로, 이 두 가지 삼국지 드라마를 이렇게 구분하여 부른다. 구 삼국지도 정말 재밌게 봤었다. 특히 당시 그 넓은 대륙을 조운 자룡이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그 시대는 저렇게 말을 타고 상대를 단 칼에 베어 버렸겠구나 하며 감탄을 자아냈던 기억이 있다. 


▲ 사진은 신 삼국지의 제갈량. 

역대 삼국지 영화,드라마에서 가장 제갈량이 어울린다는 평.


신 삼국지는 약간 조조를 재조명하며 기존의 유비는 선, 조조는 악이라는 구도를 없애고 각각의 영웅들이 대업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그 자체를 연출한다. 앞으로 신 삼국지를 넘어서는 삼국지 드라마가 나오려면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30년은 지나야 나오지 않을까 싶다. 신 삼국지는 중국에서는 삼국(三国)으로 우리 한국에서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KBS에서 더빙까지 해서 신 삼국지라는 이름으로 방영이 되었다.



 그 후에 다른 케이블 티비 채널에서서도 여러번 방영이 되었다. 당시 조조을 연기한 친구가 너무 연기를 잘 해서 주인공 버프를 과도하게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내가 기억하기엔 유비, 장비, 허저, 공손찬, 제갈량, 손권, 주유, 사마의 등등 누구하나 어설픈 연기를 하는 배우가 없었다. 조연급 배우들도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다만 관우가 좀 의외였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9척의 키에 지성과 무력을 같이 겸비한 외모의 관우가 아니다. 동방불패2에 나온 배우로 기억하는데, 키가 좀 작아서 처음에 볼 때는 많이 아쉬웠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관우 특유의 오만함을 잘 표현했고 미염공 답게 수염을 쓰다듬는 장면은 실제 관우가 저렇게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짓을 관우답게 하려 많은 연습을 한 노력이 엿보였다.


신삼국지의 스토리는 조조가 동탁을 암살기도하는 것 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마지막은 사마의의 사망까지로 삼국지 연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을 생략했지만 워낙 방대하고 사실 뒷부분은 지루한 감도 있기에 95부작 드라마에서 알짜배기로 스토리를 잡아온 것 같아 만족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중국에서 만든 삼국지 드라마가 있는데, 여포가 아주 윤기가 흐르는 비단옷을 입고 전투를 벌이는 것을 보니 그렇게 보고싶지 않아서 보다 말았는데 그 드라마도 후에 여유가 생각면 찾아보려 한다. 



2. 소설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와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었고, 황석영 삼국지는 읽다가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읽기를 멈췄다. 월탄 박종화 삼국지는 그냥 믿고 봤는데 생각보다 꽤 만족했었다. 워낙 국문학계에서 유명한 사람이고 한문을 번역하는 실력에 의심이 들지 않기에, 그리고 여인천하 등등 워낙 유명한 대작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보니 믿고 봤다. 역시 상당히 고전틱한 문장구성에 진짜 나관중이 삼국지를 이렇게 썼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지 좀 원작을 그대로 번역해서 그런가 반복되는 문구가 많고 삼국지 소설을 각색해서 재미있게 표현하는데 치중한 다른 삼국지와는 다르게 상당히 원조틱한 딱딱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순댓국밥을 먹어도 원조집을 찾아서 먹고싶은 욕망이 생기듯,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는 삼국지 원조의 명맥을 고~대로 흡수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이문열 삼국지는 워낙 유명하고 사람들이 삼국지 하면 이문열이 지은 줄 아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따로 깊게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이문열의 글재주는 상당히 뛰어난데, 사람들에게 글자를 화면으로 전환시켜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만큼 글을 쓰는 기교가 뛰어나서 삼국지를 처음 접하거나 10권이나 되는 소설인 삼국지 연의의 방대한 양을 술술 읽고 싶다면 이문열 삼국지도 괜찮을 것이다. 근데 내가 느낀 단점을 말하자면, 자꾸 중간 중간에 이문열 본인의 사견을 집어 넣는데 나한테는 최악이었다. 어떤 식이냐면, 예를 들어 삼국지 2권에서 어떤 인물이 죽었다고 하면 이문열 본인이 그 사람에 대해 장문의 평가를 내리기 시작한다. 난 이문열의 평가보다는 계속 삼국지 내용을 읽고싶은데? 속으로 불평하면 이문열은 시끄럽고 이 인물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들어보라며 계속 뭐라뭐라 한다. 이게 삼국지 책을 읽으면서 한 두 번이 아니다. 영화를 보는데 어떤 등장인물이 죽으면 갑자기 영화 감독이 나타나서 5분간 그 배우에 대해 사견을 늘어놓는다고 생각해보면 얼마나 어이 없는지 상상이 가는가? 그리고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와 비교해서 삼국지의 내용이 몇 군데 좀 다르고 추가된 부분도 있다.



요즘 시대에 딱딱하고 지루한 글로 되어있는 소설책으로 삼국지를 먼저 접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위에 말한 삼국지 드라마인 신 삼국지가 워낙 잘 만들어져있고 당시 삼국시대의 고증도 꽤 노력한 티가 나기 때문에 드라마를 먼저 쭉~ 보고 나서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를 막걸리와 순댓국과 함께 먹으면서 보면 그만한 행복이 또 없다. 유비가 제갈량을 찾아가서 삼고초려하는 장면을 소설로 읽으며 막걸리를 마셨었는데, 당시에 내가 다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여러분도 그런 상황을 만들어서 경험해보라고 권한다. 정말 좋거덩~



3. 영화


삼국지 관련 영화도 많은데, 열거해보자면 적벽대전 1편~2편, 삼국지 : 명장 관우, 조조-황제의 반란, 삼국지-용의 부활 등등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삼국지 관련 영화는 전부 별로다. 애초에 삼국지의 그 방대한 내용을 2시간 정도의 영화에 담아서 연출한다는데 재미를 얼마나 깎아 먹겠는가?


주윤발이 주연을 맡은 조조 - 황제의 반란이다. 

송승헌의 연인 유역비가 나온다는 거 말고는 딱히 감흥 없었다.


적벽대전 1부, 2부에서는

양조위가 주유, 금성무가 제갈량으로 나오는데 

나름 볼만하다. 2편으로 나누어져 있고 오나라쪽에서

스토리가 주로 진행되니 유비,관우,장비는 

까메오보다 좀 나은 정도로 나온다. 비중이 적다는 얘기.


삼국지 용의 부활에서

유덕화와 홍금보가 주연으로 나온다. 

유덕화는 조자룡 역으로 나오는데

보다 졸았다. 배우 이름값이 아까웠어.


삼국지 명장관우에서는 

중국 무술의 달인 견자단이 관우역이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관우가 유비를 찾아가는 천리행 과정인데

역시 과장된 무술 빼고는 볼 거 없다.


또 귀가 컸던 배우가 연기한 조조가 나오던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 제목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혹시 기억이 나는 분은 댓글로 적어주면 고맙겠다. 위에서도 언급했 듯, 삼국지 소재의 영화는 하나같이 다 별로였으니 실망하지 말길. 내가 요즘말로 소위 쩌는 영화 하나 소개해주겠다. 초한지 영화이며 내가 본 중국영화 중 최고였다.



루 추안이라는 감독이 연출한 작품인데, 한나라를 건국할 시, 한신이 초나라의 항우를 뒤로하고 소하의 추천으로 한나라의 유방에게 가는 대략 10분 정도의 영상미는 압권이었다. 미친 듯이 돌려봤었다. 고증도 최고다. 고대시대 사람들의 거지 꼴을 그대로 재연해낸다. 다른 사극보면 고대시대 사람들이 대부분 깔끔하게 나오는 판타지를 보여주는 것과는 대비된다. 한 고조 유방을 연기하는 류예라는 배우는 유방 자신이 그렇게 이기려 했으나 능력밖이라 불가능했던 항우 격파를 한신이 불과 몇 개월만에 해 내는 것을 보고 한신을 두려운 감정과 질투, 그리고 증오의 감정까지 표현해내는 얼굴 표정을 짓고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홍문연에서도 간신히 칼을 피해내며 부들부들 떠는 장면, 군대를 얻기위해 항우에게 납작 업드리며 구걸하는 장면 모든 게 다 예술이다. 다만 이 영화는 인물들의 갈등을 집중 조명하여 끝내주는 영상미로 보여주는 영화라서 화려한 전쟁씬이 많지는 않다. 초한지의 스토리를 안다면 이 영화를 보는 순간 루 추안 감독의 팬이 되리라 확신한다. 위에 언급한 삼국지 관련 영화는 초한지 영웅의 부활에 비교할 게 못된다.


4 게임.


▲고전 게임인 무장쟁패 (삼국지 영웅들이 나와 격투를 벌인다)


삼국지 관련 게임은 어렸을 때, 지금은 고전게임인, 무장쟁패 같은 액션 게임을 많이 했었다. 전위의 해가천지 위가그! 우유야! 라는 외침을 많이 따라하며 키보드를 두드렸었다.



 역시 삼국지 게임의 꽃은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이다. 남들은 최악이라고 여기던 삼국지 12를 추천한다. 삼국지 12는 역대 코에이의 전략시뮬레시션 삼국지 중에서 가장 똥이라는 의견을 가진 친구들이 많은데, 13이 나왔지만 아직 안 해본 나로서는 역대 시리즈 중에서 삼국지 12를 최고로 평가한다. 조작이 간단하고 내정이 간편하게 자동화로 원터치 조작이 가능해진 것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당시 일러스트를 삼국지 12에서 새로 다 그렸는데, 너무 잘 그린 것이 아닌가! 전투도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실시간으로 바뀐 것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내정을 좀 더 복잡하게 할 수 있다면 더욱 마니아틱해지고, 원래 삼국지는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내용이라 환영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나도 게임 비중에서 전투는 30%로 확 줄이고 복잡하고 오묘한 내정 알고리즘으로 실제 내치하는 기분이 들었으면 어떨까 상상도 해봤으나, 역시 게임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하는 코에이 입장에서는 실현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기타 코에이서 무쌍을 찍는 삼국지 액션게임도 해보고 다른 모바일 삼국지 등도 해봤으나 삼국지 12의 재미를 따라갈 수 가 없었다. 2017년 초에 코에이 삼국지13 확장팩이 나온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삼국지 13 파워업 키트를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총평



삼국지를 나이를 꽤 먹고나서 읽었을 때, 어째서 삼국지가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널리 읽힌 서적인지 납득이 갔다. 삼국지를 읽고 난 후 나관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가 되었다. 요즘 시대에 너무 많은 책이 범람 한다. 어떤 책이 양서이고 어떤 책이 쓰레기인지 구분을 하기 어려울 지경이지. 쓰레기 책을 읽으면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아직까지 삼국지를 능가하는 양서를 동아시아에서 찾아보지 못했다. 웬만한 책 1,000권을 읽을 바에 삼국지 3번을 읽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내가 추천한 매체를 마음껏 즐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