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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이야기들/인물과 사건

한명회 : 계유정난을 성공시킬 수 있던 4가지 이유

한명회는 조선의 최고의 계략가이자 모사가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조선 왕 세조는 한명회를 자신의 장자방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장자방(장량)은 중국 한(漢)나라를 창업한 유방의 최고 책략가이고 동북아시아에서는 군주를 도와 대업을 이루는 지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가리켜 장자방이라는 대명사를 쓰기도 합니다.


한명회와 신숙주 그리고 권람 등이 수양대군을 도와 왕위찬탈을 한 것은 유명한 역사적 사실이라 많이 알지만, 한명회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어떻게 준비를 하여 계유정난을 성공시켰는지, 한명회가 수양대군을 조선 왕 세조로 만들고 자신은 입지전적의 공신의 위치에서 평생을 부귀영화로 보낼 수 있었던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한명회의 그런 점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사람을 끄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 장자방 (?~BC 189, 장량)


세조가 한명회를 장자방(장량)에 비유하였다 하여 한명회가 제갈공명(제갈량)과 같은 뛰어난 지략이 있었다기 보다는 그것은 으레 신하를 칭찬하는 관용적 표현이었던 듯 합니다. 요즘시대에도 상관이 부하직원을 칭찬할 때 이런 말을 가끔 하기도 합니다.



한명회는 실제로 상당히 외향적인 인물이며 호탕하고 도량이 넓어서 사람들 무리에서 리더로서의 매력을 뿜는 케릭터로 평가될 수 있는 모습이 역사적 기록에서 자주 나옵니다. 한명회는 38세까지 과거시험에서 번번히 낙방을 하고 요즘말로 소위 빽인 음서를 통해 관직에 진출합니다. 처음 부임한 곳은 태조의 생전 거처였던 경덕궁을 지키는 보직이었는데 거기서 훗날 계유정난을 일으킬 때 창과 칼이 되어주는 무인 홍달손 등을 만나 사귀어 의기투합하게 됩니다.


▲ 북방 지역의 전투


또한 한명회는 세조 치세에 평안북도와 함경북도 등을 돌며 직접 군사를 지휘해 여진족을 막을 진을 치고 국경쪽에서 조선을 침범하는 야인들을 처리하기도합니다. 통이 크고 뛰어난 인재를 친구로 사귀는 데에 거침이 없는데, 한명회의 절친한 친구인 권람은 세조에게 한명회라는 인재를 쓰라고 권하면서 뜻이 웅대하고 세상 돌아가는 판국을 귀신같이 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아 세조가 한명회를 만나보고 싶어 합니다. 한명회는 사재를 털어서 성균관 도서 보충에 도움을 주기도 했었는데 도량이 크고 비범한 인물이라는 평을 선비들이 하기도 합니다. 결국 한명회는 참모형인재가 보이는 재주보다 사람을 끄는 리더형 인물로서의 능력이 돋보이는 사람입니다.


 한명회 (1415-1487, KBS 사극 한명회 中)



2. 뛰어난 말솜씨와 선동능력


▲ "세상은 이 손 안에 있소이다" 드라마 대사로 유명한 한명회


지기인 권람과 과거를 같이 준비하며 여러 해 동안 사귀는데, 둘은 수레에 책을 가득 싣고 유랑을 떠나기도 하지만 결국 권람만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하고 한명회는 끝까지 과거시험에 합격하지 못 합니다. 절친한 친구만 관직에 나아가는 상황에서 한명회는 의기소침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오히려 권람에게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으며 자신이 뜻한 바는 더욱 크고 넓은 세상을 품는 것이라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고 합니다.


▲ 관중 (BC 725?-BC 645, 관이오)


실제 한명회라는 인물의 역량이 어찌됐든, 이러한 여유로운 태도와 높은 자존감은 그 사람을 크게 보이게 만들 수 있는 방법론 중에 하나입니다. 후에 한명회는 권람에게 어지러운 세상에서 수양대군(후에 세조)만이 나라를 평안케 할 수 있다고 말하고 권람에게 왜 그런 충언을 수양대군에게 하지 않는지 말합니다. 권람은 수양대군을 알현하면서 한명회라는 사람을 천거하며 그는 뜻이 웅대하고 세상의 판국을 읽어낼 줄 알며 한명회를 사마의나 제갈량, 관중과 악의와 비교할 수 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 당태종 (598-646, 이세민)


수양대군은 자신을 희대의 영웅적 인물인 한고조 유방과 세상을 살기좋게 만든 정치의 달인 당태종 이세민에 비유한 한명회의 세치혀에서 나온 말을 권람에게서 직접 듣고나니 한명회를 만나보고 싶어하게 됩니다. 직접 한명회와 대면한 수양대군은 한명회의 논리적이고 자극적이며 대의명분적이고 혁명적 언변에 매료되고 계유정난의 거사를 일으켜 정권을 잡게되는 것입니다.



▲ 악의 (전국시대 연나라사람)


계유정난 당일에 당시 조선의 모든 병권을 장악한 김종서와 황보인 등, 힘의균형추가 무거운 쪽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도, 한명회가 당시 거사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사람은 누구나 죽으나 사직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면 의미있는 죽음이고 만약 일을 망치는 자가 있다면 자신이 먼저 베어버리겠다'는 발언을 하여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없게 처리합니다. 또한 거사 전에 수양대군이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이니 계속 한명회 특유의 세치혀에서 나오는 유창한 말솜씨로 수양대군을 독려하고 흔들림 없는 정난 구심점을 만들어 버립니다.


▲ 세조 (1417-1468, 본명 : 이유, 수양대군)



3.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인물


▲ 어려운 시험


결과론적으로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지닌 한명회가 과거시험에서 계속 낙방하는 것에 대한 납득이 잘 안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답이 정해져있고 남이 정해놓은 시스템을 그대로 군말없이 따라가는 노력을 해야 합격하는 제도권 시험에서 유독 약한 한명회같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가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 실용적 판단은 특별함을 만든다


바로 구태연한 공자왈 맹자왈 같은 내용보다 실질적으고 현실적인 힘의 논리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명회도 과거에 합격할 수 있도록 공부하는 내용들 중에, 한명회 자신이 생각하기에, 권력과 힘을 차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들을 암기하기가 곤욕이었을 것입니다. 만약 제왕학이나 병법 그리고 권력 탈취론과 권력수성론이 당시 과거시험 학과목이었다면 한명회는 100번이고 1,000번이고 장원급제했을 것입니다.



또한 한명회는 혼자 방안에서 사색을 즐기며 자기 수양을 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실록 사관에서도 한명회가 상당히 활달한 인물이고 하나 마음먹으면 그것을 행하는 결단력이 뛰어났다고 적혀있는 걸로 봐서 비상한 머리와 함께 무장적 기질도 보인다고 생각됩니다. 돈과 재산 욕심도 상당해서 세조부터 성종까지 정난공신, 좌익공신, 좌리공신, 익대공신 등의 1등공신 자리를 네번이나 차지하고 이런 위치를 이용해서 재산도 상당히 모으게 되고, 한강변에 몇 없는 정자 중에서 호화 압구정 정자를 세우기도 합니다.


▲ 철저한 준비가 목표를 이룬다.


이런 한명회의 명확한 속세적인 욕망들은 그를 집권하는 것에 그의 모든 뜻과 노력들이 집중되게 만들었고 계유정난 당시에도 십만냥의 현금을 조달하고 각종 병장기들을 치밀하게 준비해두는 등 거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계산하고 계량하여 당시 경쟁자들에겐 꿈속에서만 보던 왕권을 차지하는 내용을 한명회는 현실로 만들어버립니다.


▲ 정선이 그린 압구정도 (한명회의 호가 압구정인데 그 호명을 자신의 정자에 붙였다)



4. 시국의 판세와 사람을 보는 눈이 뛰어나다.


▲ 판세를 읽는 능력이 핵심인 바둑


앞서 권람과 같은 뛰어난 인재들을 벗으로 골라 사귀고 수양대군과 같은 권력욕을 지닌 인물을 정확히 파악하여 한명회 자신의 세치혀를 이용하여 그런 잠재적 포텐셜을 지닌 인물 측근으로 접근한다는 내용은 알게되었습니다. 또한 다른 유명한 사건에서도 한명회가 가지는 사람을 보는 눈과 사건의 맥락 즉, 판세를 예리하게 읽어내는 한명회의 능력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사육신 사건입니다.



세조의 왕위찬탈에 반대하여 단종 복위운동으로 의기투합한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등 사육신들은 연회장에서 세조 3부자를 죽일 계획을 세우고 왕의 연회에 검을 들고 호위하는 운검에 발탁되어 때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한명회는 당시 세조에 대한 불만세력들이 왕을 시해할 가능성을 계산해보고 시기와 장소 등을 고려해봤을 때 명나라 사신을 접대하는 광연루에서 벌이는 연회 때 왕의 뒤에서 검을 차고 왕을 호위하는 별운검으로 임명된 성승, 유응부, 하위지를 의심하게 됩니다. 여기서 한명회는 날이 덥고 연회장이 좁다는 핑계를 들어 별운검들을 연회장에 못 들어오게 합니다.


▲ 사육신 묘 (노량진 사육신 공원에 위치)


후에 단종복위운동에 참가한 김질의 배신으로 세조를 시해하는 거사의 전모가 들어나 세조의 노여움을 산 사육신은 죽임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역사소설 속에 나오는 얘기같지만 정사에 기록된 내용이고 이런 한명회의 통찰력이 놀랍기도 합니다.


▲ 사육신 공원에 있는 의절사



한명회는 천수를 누리고 계유정난으로 집권 한 후에 온갖 부귀영화를 맛 본 한명회였지만, 결국 연산군 때 당시 최악의 형벌 중 하나였던 부관참시 (무덤에서 시체의 목을 베는 형벌) 를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선의 사림파 선비들이 집권을 하자 한명회는 잔인한 왕위찬탈과정의 모사꾼으로 평가받고 많은 질타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한명회를 좀 더 객관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적 거리가 있는 상황입니다. 한명회라는 인물 전체를 놓고 보면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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