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익한 이야기들/인물과 사건

전쟁의 신으로 평가받는 한신의 발자취,죽음에서 얻는 것

동북아시아로 한정해서 수천 년 역사동안 가장 뛰어난 장군을 떠올리라면 누가 생각 나시나요? 우리나라는 김유신, 을지문덕, 강감찬, 이순신 장군 등이 생각나죠.


일본은 특히 전국시대 명장들이 떠오릅니다. 이에 비하여 중국 땅에서는 광활한 대지에 거기에 사는 민족도 다양하고 쉴 새 없이 싸움이 계속되었으니 전쟁이라는 토너먼트에서 승리한 승자는 후세 사람들의 주목을 지속적으로 받게 됩니다.


신식 무기가 발명되기 전, 좀 옛날로 돌아가서 어떤 명장이 있나 살펴보면 전국시대 위나라의 오기, 연나라의 악의, 송나라 악비 등이 바로 생각나네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 한(漢)나라를 세우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명장 한신에게 이들을 비할 바는 못 되는 것 같습니다. 무패의 전적은 물론이고 한신 한 사람의 삶도 드라마틱하니 그의 인생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키죠.



1. 한신의 발자취


▲ 한신 (韓信, ?~BC 196)


토사구팽(兎死廐烹), 과하지욕(袴下之辱), 배수진(背水陣) 이라는 고사성어를 우리나라 사람들도 정말 많이 씁니다. 이게 다 한신의 일화를 두고 나온 말이죠. 토사구팽은 말 그대로 토끼를 다 잡고나면 사람에게 충성하던 개까지 삶아서 먹는다는 뜻입니다. 과하지욕은 바짓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는 치욕을 받는다는 뜻인데 한신이 별 볼일 없던 시절 시장의 무뢰배 또는 시정잡배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였지만 참고 견뎠다는 일화가 전해져 만들어진 사자성어입니다.




▲ 진창고도를 지나는 한신 군대


말 그대로 한고제 유방은 한신을 얻고부터 천하통일의 희망이 생기고 실제로 성과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세력을 키워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려고 해보지만 행운이 늘 따라주던 유방에게도 초패왕 항우라는 벽을 만나게 되니 더 이상의 행운은 먹히지 않죠. 반진(秦)연합군이 진 시황제의 진(秦)나라를 패망시키고 공이 있는 군벌들은 각각 항우가 정해주는 지역으로 분봉을 받아 떠납니다. 당시 완전 낙후된 촉땅에 들어간 유방 군은 한신을 얻고 군대를 양성하여 힘을 키우죠.



▲ 유방 군이 있던 촉땅에서 나오기 위해 이용된 잔도


 항우가 유방을 촉땅에 가둬놓고 촉땅에서 중원으로 나가는 길목에 진나라 명장이었던 장한을 비롯한 사마흔, 동예 장군을 함께 삼진으로 배치시켜 지키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신이 이들을 때려잡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촉땅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게 되니 드디어 유방이 천하를 다투려 뛰쳐나오고 길목에 있던 삼진이 패망함으로써 유방의 한(漢)군이 관중 지역을 평정하게되고 기세를 잡게 됩니다. 이때 한신의 직책은 대장군입니다. 군대 최고 사령관으로서 공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죠.


※ 참고 - 초한지(楚漢志)에서는 장량의 계책으로 위 사진에 보이는 잔도를 불태워버리고 유방의 한군이 파촉땅에서 짱박혀 열심히 군대를 양성한다고 합니다. 한신 대장군이 망가진 잔도를 수리하는 척 하며 우회하여 삼진을 공격하는 걸 이렇게 재밌게 표현했죠.



▲ 유방 군을 때려잡으러 출진하는 역발산기개세 항우 군


삼진을 잡은 한신은 유방 본군에서 전략적으로 떨어져나와 움직입니다. 이때 유방은 56만 연합군을 모아 항우의 근거지인 팽성을 치려 하였고 이런 상황을 보고받은 유방의 라이벌 초패왕 항우는 제나라를 치고 있었던 상황을 물리고 유방쪽으로 향합니다. 유방 56만군은 바로 자신을 저지하러 오는 3만의 항우군에게 대패를 하죠.



▲ 한 고조 유계 (유방)


 이때 한신이 함께 패배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대부분 한신은 따로 움직이고 있었거나 함께 있었다고 해도 군사적 최종 의사결정권은 한신이 아닌 유방에게 있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한신은 팽성대전에서 유방의 대패 후 패잔병들을 수습해 다시 일어서는데 힘을 쏟게 됩니다. 이 팽성대전으로 초패왕 항우의 존재감이 대륙을 울렸고 유방쪽에 줄을 서던 제후들은 각각 살 길을 모색하며 유방을 떠나 항우에게 붙습니다.



▲ 한신의 북벌 이동 경로


이때부터 확실하게 한신은 유방 본군에서 떨어져나와 독자적으로 북벌진군을 시작합니다. 처음에 위나라를 잡고 한왕인 유방에게 군사 3만을 주면 북쪽의 나라들을 전부 평정하겠다고 하고 진격을 시작하죠. 위나라→대나라→조나라→연나라→제나라를 한신이 전부 평정하게 됩니다. 특히 조나라를 잡을 때 한신이 썼던 배수진이 정말 드라마틱하죠. 조나라를 상대하는 한신이 정형전투에서 썼던 배수진은 그냥 병사들을 사지에 몰고 각성을 시켜 전투력을 높이는 단순한 전략이 아닙니다. 적이 성을 비워두고 나오게끔 만든 후 배수진으로 오합지졸의 아군병사를 최대한 버티게 만들고 비워둔 조나라 성 (또는 누벽) 은 매복시켜놨던 한신 군사들이 차지하여 돌아갈 곳이 없어진 조나라 군대를 양쪽으로 압박하며 괴멸시키는, 전장의 위치와 절묘한 시기를 맞춘 적절한 병법전략이었습니다.


한신이 연나라에 사람을 보내 설득하여 항복시킵니다. 강력한 제나라는 한왕 유방이 역이기라는 사람을 시켜 제나라 왕에게 항복을 설득하였는데 제나라가 항복설득을 받아들여 제나라의 군대를 국경선에서 멀찌감치 물리자 바로 한신이 제나라에 쳐들갑니다. ^^;; (위 사진은 춘추시대 세력도인데 통일 진나라가 망하고 다시 춘추시대 제후국들이 거의 복원되었기에 춘추시대 세력지도를 가져왔습니다.)



▲ 초 패왕 항우


지금까지 삼진, 위나라, 대나라, 조나라, 연나라, 제나라를 친 한신이었지만 가장 강력한 초나라와 정면 대결은 없었습니다. 즉 진검승부를 벌여 상대의 패배가 곧 자신의 이득이 되고 나의 패배가 곧 상대의 이득이 되는 초나라와의 제로섬 게임은 없었다는 것이죠. 그러나 한신이 제나라를 치자 제나라 왕 전광이 초나라 패왕 항우쪽에 붙게되고 항우는 용맹한 용저 장군에게 초나라 20만이라는 대군을 맡겨 한신 대장군을 저지시키라고 명합니다. 여기서 한신이 용저를 격파하자 수많은 병사를 잃게된 초나라 항우는 심각한 출혈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죠. 이때까지 한나라 유방은 항우에게 밀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용저가 한신에게 패배하자 항우는 유방에게 먼저 유화적인 땅 나눠먹기 제안을 합니다. 유방은 기세를 몰아 한신, 팽월, 경포등에게 해하로 모여 연합해 항우를 치자고 하죠.



▲ 초한전쟁의 마지막 해하전투


한신은 양성된 30만 대군을 이끌고 해하로 진격합니다. 결국 산을 뽑는 엄청난 기세가 세상을 덮는다는 수식어로 표현되는 초패왕 항우는 한신에게 패배에 해하에서 죽게되죠. 한나라 왕인 유방이 어떻게든 항우를 이겨보려고 별 노력을 다 쏟아봐도 안되었는데 한신이 그 일을 해내고 마는 것이죠. 천하를 통일한 한고조 황제 유방의 뜻에 따라 한신은 제나라 왕에서 초나라 왕으로 바뀌었다가 초나라 왕에서 회흠후로 좌천됩니다. 그러다 결국 반란을 일으키는 일을 도모했다는 거짓(?) 명분으로 한신은 장락궁에서 여후 (여치, 한고조 유방의 마누라) 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2. 한신의 일화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


▲ 시정잡배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한신


너무나도 유명한 사자성어 과하지욕(袴下之辱) 의 주인공인 한신의 전적을 위에서 살펴봤습니다. 무패의 기록에 위,대,조,연,제,초 6개의 나라를 평정하는 대장군의 기개를 가진 한신이 저런 무뢰배의 가랑이 사이 밑을 기어가는 수모를 어떻게 겪었을지 참 의아했었습니다. 물론 저때의 한신은 대장군도 아니고 일개 병사도 아닌 밥을 아낙네들에게 빌어먹는 처지였지만 늘 장검을 차고 다녔고 병법과 무예를 익히던 사람이 저 수모를 어떻게 참고 견뎠을까요. 



저만해도 다른 사람에게 사소한 일이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반드시 그 상황을 시정시키려 노력합니다. 근데 한신은 달랐죠. 한신은 저때 신분은 비천하고 상황은 최악이었으나 마음에는 큰 웅지를 품고 사소한 일은 마음에 두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시정잡배들을 단칼에 처리해봤자 큰 나라의 대장군 자리가 오는 건 아닙니다. 휘하에 대군을 거느리고 통솔하려면 다른 일에서 이름을 날려야 하죠. 작은 것이라도 수모를 당하면 반드시 갚아줘야 성미가 풀리는 저도 소인배의 마음에서 한신과 같은 대인배의 그릇이 되기 위해 마음가짐을 다잡고 노력하고있습니다.



▲ 한신의 모사 괴철


한신은 병법에 뛰어나고 통솔에 정통하였으나 정치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습니다. 제가 삶을 살아보니 현실에서는 모든 것에 능통한 팔방미인이 있을 수가 없다는 걸 알게되는데요. 팔방미인의 인물은 허구속에서나 등장합니다. 사람의 능력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기 마련인데 한신은 병법과 통솔 및 장악력에 뛰어났지만 지략과 모략이 부족해 상대의 중상모략에 대처가 미숙한 편이었죠.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삼국지의 여포와 비슷한 인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차이는 좀 있죠. ^^;;) 하지만 특정 스탯이 뛰어난 인물은 이름을 날리게 되고 이 사람 주위로 뛰어난 인물들이 모이게 됩니다.



한신 같은 경우는 부족한 정치력을 메꿔줄 괴철이라는 능력있는 모사가 등장하는데 한신을 위해 여러번 계략, 계책을 내고 마지막에는 신의 한 수와 같은 천하삼분지계라는 묘책을 내는 괴철이지만 결국 한신은 이를 거부하고 한왕 유방에 충성하기를 선택합니다. 하늘이 주는 기회를 버리고 때가 왔는데 움직이지 않는다면 결국 자신이 몰락하게 될 것이라는 명언을 남기고 괴철은 떠나버리죠. 의리도 좋고 당시 시대정신이었던 유교적 삼강오륜의 이념도 좋지만 결국 백성을 다스리며 국가를 평안케 하는 황제나 왕의 자리는 능력 있는 자가 올라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의리나 예의는 패배자들의 변명일 경우가 많죠. 성공에 가치를 둔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충해줄 능력있는 인재를 대우해줘야 합니다.



▲ 순응하는 자와 바꾸는 자의 차이는?


우리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불리웁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거기에서 만들어진 룰에 따라 어울려 살아가죠. 그 룰을 만드는 사람은 남들보다 힘(물리적, 경제적, 정신적) 이 세고 남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입니다. 결국 그 만들어진 룰은 누구보다도 제작자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이 되는데 이건 한신이 살안던 고대시대뿐만이 아니라 지금 현대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치주의로 운영되는 민주주의에 살고있다고 하지만 법을 만드는 사람은 결코 자신에게 불리한 법을 만들지 않고 법을 행하는 사람과 법을 판단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에는 힘이 없는 일반 시민은 이것에 순응하고 조화롭게 살면 되는 것이고 이 룰을 바꿀 수 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능력자들은 이런 과거의 프레임을 깨버리고 과거보다 더 뛰어나고 합리적이며 만민에게 혜택이 가는 새로운 이념과 제도 사상, 시스템을 발현, 정착시켜 퍼트리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신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 생각과 능력은 없었습니다. 오로지 남(한왕 유방)에게 부림을 당하는 그 누구보다 전쟁에 뛰어난 장군이었을뿐이죠. 결국 한신이 정족지세로 유방, 항우와 대치하는 3번째 세력이었으면 어찌됐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결과는 유방이 천하통일한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만약 한신에게 새로운 세상의 비전이 있었다면 괴철을 말대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대장군으로서 수십 만군의 병사를 호령하는 장군으로의 삶보다 훨씬 가치있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3. '한신' 이라는 인물, 사건 평론 후기


오랜만에 인물과 사건 카테고에 글을 씁니다. 사실 이쪽 카테고리는 다른 음식 후기 포스팅보다 노력을 몇 배로 하지만 조회율은 많이 떨어져서 작성을 미루고 있었는데요,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콘티로 써보면 어떨까 싶어서 오랜만에 다시 작성하게 됐습니다. 유튜브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거의 10년동안 단 한 번도 영상을 안만들어서 이제는 미룰 수 없다! 생각을 한 것이죠. 아무튼 영상을 만들어보고 반응을 기다려봐야겠습니다. ^^;; 여러분들 즐겨찾기 아시죠~.



포스팅 글이 유익했다면 ♡공감을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