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임꺽정을 의적으로 평가하는 진짜 속마음 의미

임꺽정은 시대사극 드라마의 소재로도 여러번 간택되어 연출되었고 고우영 화백과 이두호 화백이라는 걸출한 만화가들이 임꺽정을 소재로 인기만화를 그리기도 하였다. 그만큼 우리는 임꺽정을 어려운 환경에서 국가가 하지 못한 일을 대신하여 백성들을 위해 의적 활동을 한 의인의 대명사로 기억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사기록인 실록 등에 적힌 기록내용을 보면, 임꺽정은 민간인 마을을 노략하고 민가에서 죄 없는 백성들도 많이 해치는 인물이다.

그런데 어떻게 당시 임꺽정에게 호응한 백성들이 상당 수 있었고 후대의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임꺽정을 의적으로 평가하고 그를 의로운 사람의 대명사로 기억하는 것일까. 임꺽정을 의인으로 평가하는 국민들의 진짜 속마음이 무엇인지 파악해보자.

▲ 임꺽정 (?-1562, SBS사극 임꺽정 中)

임꺽정은 조선 왕 명종 때 활약하던 인물이었다. 백성들의 입장에서 당시 명종 때의 조선 상황이 좀 암울했었는데 명종의 부왕인 중종의 왕비이자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 그리고 그녀의 동생인 윤원형 등 명종의 외척속들이 권력을 손에 쥐고 자신들 마음대로 아무거리낌 행동하고 있었다.

▲ 흉년으로 망친 농사

흉년이 들어 쌀농사가 제대로 되지않는 상황에서 관리들은 백성을 수탈하고 이로 인하여 민심이 흉흉해지니 임꺽정은 당시 불만세력을 모아 민가를 약탈하는 도적행위를 하였고 후에 세력이 커지자 황해도 구월산을 아지트로 삼아 근처 마을의 백성들을 노략질 하였다.

▲ 철원 고석정 임꺽정 동상

임꺽정은 자신의 세력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자 황해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관아를 습격하여 얻은 곡물이나 물자 등을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이때 혜택을 받은 백성들과 지방관아에 속한 구실아치인 아전들이 임꺽정에게 호응을 하여 내통을 하게된다.

▲ 관군과 싸우는 임꺽정 도둑세력

조정에서 언제 어떻게 임꺽정을 토벌하려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백성들이 임꺽정 세력에게 알려주고 임꺽정은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신출귀몰하게 3년 정도 관군에 대항하여 싸워서 여러 번 승리도 하게 된다.

▲ 미투리(짚신)을 거꾸로 신고 눈위에 남긴 발자국

초반에는 조선 조정에서 임꺽정을 토벌하기 위해 왕실호위와 관련있는 선전관을 임꺽정 근거지에 보내 정탐을 시키지만, 임꺽정 도둑세력들이 신발을 거꾸로 신고 근거지에서 밖으로 나와 발자국을 반대로 남기는 기만전술을 쓰게되니 그에 속은 선전관이 발자국을 따라 정작 임꺽정세력이 있는 장소와는 반대 방향으로 추적하다가 결국 임꺽정 도적세력들에 의해 잡혀 죽는다.

▲ 철원 고석정 임꺽정 은거지

임꺽정이 개성쪽에 출몰하자 포도관 이억근이 약 20명 정도의 병력으로 임꺽정을 치려하나 오히려 이억근이 죽임을 당한다. 이렇듯 기세좋게 활약하던 임꺽정은 자신의 참모였던 '서림'이라는 인물이 관군에 잡혀 임꺽정 세력의 정보를 관아에 털어놓게 되자 이 때부터 임꺽정이 내리막길을 가게된다.

▲ 서림 " 저놈이 바로 임꺽정이오!!"

결국 임꺽정은 황해도 토포사 남치근에 의해 토벌되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임꺽정의 팔다리와 같은 세력들을 하나 둘 제압하여 구월산에 숨어있는 임꺽정을 조여가자 민가에 숨어있던 임꺽정이 집 주인인 노파를 위협해 도둑이 있다는 소리를 치는 노파에 뒤이어 임꺽정이 뛰쳐나오며 '도둑은 도망갔다'고 말하는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으나 임꺽정의 참모였던 서림이 토벌군에게 임꺽정의 정체를 탄로하여 결국 잡혔다고 한다.

▲ 착취당하는 어린이 노동자

당시 임꺽정은 도적질을 하는 도적떼의 수괴였다. 임꺽정이 백성들에게 약탈물을 나누어 줬다는 사실만으로 백성들이 도적떼에게 호응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으나 당시 16세기 조선의 상황을 알면 임꺽정이 왜 의적으로 불리우는지 납득이 가기 시작한다.

▲ 과중한 세금

당시 조선의 세금 시스템을 대표적으로 말하자면 조세, 공납, 역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조세는 쌀 수확량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내는 것을 말하고 공납이라는 것은 지역의 특산물 등의 현물을 각 가정에 부과해서 국가에 갖다 바치라는 것인데, 이 공납이 백성들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지금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조달청에서 기업에게 입찰하게 하여 구매해서 쓰는데 당시에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물건 목록을 일방적으로 백성들에게 강요하여 만들거나 구해서 내라는 식이었다.

▲ 공납의 폐단으로 조선 백성들이 느끼는 고통

지금은 세금이 걷히는 금액을 보고 국가재정 예산을 짜서 국가를 운영하는데, 당시 조선에서는 먼저 중앙관청의 수요량을 계산하여 군현에다가 그 물품을 부과하였고 군현의 지방관들은 백성들에게 국가에 갖다 바칠 현물을 집집마다 부과하게된다.

이런 공납현물 부과가 비합리적인 경우가 많았는데, 예를들어 소금이 생산되지 않는 산악지형에 사는 사람들에게 소금을 갖다 바치라고 하고 산나물이 나지 않는 어촌계 사람들에게 인삼등을 내라고 한다면 그런 공납의무를 부여받은 백성들은 그 물건을 비싼 값 주고 구입하여 국가에 내야될 수밖에 없다.

▲ 공납을 쌀로 하자는 수미법

수많은 공납물품을 합리적으로 백성들의 모든 상황과 입장에 맞게 부과할 수 없었기에, 현물납부는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기게 되고 그 고통은 전부 백성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이런 공납의 폐단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현물 납부가 아닌 쌀로 대신 납부하게 하자는 그 유명한 '수미법'을 조광조, 유성룡, 이익이 주장하기도 한다.

▲ 군역 의무

'역' 이라는 것은 군역과 요역이 있는데, 한마디로 군인으로 의무복무를 해야되는 의무와 국가에 노동력을 제공해야하는 의무가 있었다. 15세기 조선은 오랜기간 평화시기였기에 불법적으로 군인들의 복무를 빼주면서 군대나 관청에서 포를 받는 '방군수포'가 행해졌고 16세기 중종 때에는 불법적인 '방군수포' 를 양성화하여 양인들에게 정식으로 16개월마다 군포 2필을 받고 역을 면제해주는' 군적 수포제가' 실시되었고 이렇게 모인 국가재정을 바탕으로 따로 군인들을 고용하게되는 모병제로의 변환이 조선에서 있게된다.

▲ 고리대금의 폐해

이렇게 '군적 수포제'가 정식으로 발효되자 백성들이 가뜩이나 공납으로 힘든데 군적수포제로 포를 1인당 2필을 내야하니 죽을 맛이었던 것이다. 한 집안에 군역해당자 남성이 4명 있으면 8필을 내야된다. 또한 환곡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원래는 백성들을 구휼하기 위하여 곤궁한 백성에게 쌀 등을 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였으나 16세기 부터 빌려주는 곡물의 1/10의 이자를 받게되면서 점점 고리대 형식으로 변질되어 백성들은 공납, 역, 환곡의 폐단으로 이중 삼중으로 더욱 고통받게 된다.

▲ 폭정에의 저항

이런 16세기 조선의 암울한 상황에서 윤원형 등 부패세력의 향락생활을 위한 가렴주구가 이어지니 당시 백성들은 임꺽정이 비록 도적이지만 임꺽정 도둑세력이 백성에게 나눠주는 많지않은 쌀 등의 곡물 몇 되에, 임꺽정의 도둑세력이 국가보다 낫고 믿음직한 조직이라 백성들 스스로 합리화 및 자기수긍하여 백성들이 바라는 국가의 자리를 임꺽정이라는 사권력으로 바꿔버려 그에게 협조하게  되는 것이다.

공납의 폐단 등 각종 수탈로 힘들어진 백성들은 분노하지만 나서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임꺽정이 관군을 몇 차례 패배시키게 되는 모습을 보자 백성들 자신들에게 부재한 힘을 가지고있는 임꺽정에게 동조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 슈퍼 히어로에 열광하는 일반 미국 소시민들

또한 임꺽정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백성들 자신들이 임꺽정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조선이라는 국가는 구제불능이라는 백성들의 확고한 인식에 도적세력에게 의탁하게 되는 원인인 것인데, 당시 16세기 조선백성 뿐 아니라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임꺽정을 의적이라 생각하고 영웅시하는 것에서 지금 우리 사회의 면모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게해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임꺽정이 실제로 의로운 사람이었든 전략적으로 동조자를 만들어내는 수법에 뛰어난 도둑이었든 16세기의 백성들과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국민은 임꺽정을 의적이라 규정한다. 그것은 정의로운 국가의 부재에서 파생되는,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희망의 단초가 투영된 결과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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